한수원본사 경주이전 법정시한 위반, 기업탓만 할 일인가?
한수원본사 경주이전 법정시한 위반, 기업탓만 할 일인가?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12.30 1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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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2006년 12월29일, 김종신 한수원사장이이 양북면 장항리로 본사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지  꼭 5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한수원본사 입지는 경주지역 최대 현안중의 하나다.

경주시는 지난 21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한수원, 지식경제부등에 공문을 보내 “방폐장 특별법 제17조에 따라 한수원(주) 본사를 2010년7월11일까지 경주로 이전 완료토록 되어 있다”며 법정시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조기이전을 촉구했다.
이어 28일에는 최양식 경주시장까지 나서서 이를 재차 촉구하며 압박했다.

최 시장은  지난해 8월5일 지식경제부와의 업무협약에서 언급된, ‘2014년까지 이전'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경주로 오라는 뜻일뿐 그때 오라는 뜻이 아니다”고 했고, 2009년 8월31일 김종신한수원사장, 백상승 시장, 정수성국회의원, 최병준 시의회의장이 서명한 4자 합의서는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 2010년 8월5일 최경환 지경부장관, 김관용도지사,최양식 시장, 이상효 도의회의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본사 개소식을 열고 있다.

최 시장, 4자 합의 부정...4자 합의 이전부터 경주시-한수원 실무협의회 가동사실은 외면?

한수원이 작년 7월20일 서울 삼성동 본사 법인주소를 경주로 이전하고 100여명이 근무하게된 표면적인 근거는 2009년8월31일 4자합의인 것은 맞다.
4자합의에서 법정시한 준수와 관련해 ‘한수원본사의 경주이전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본사 법인주소를 경주시로 이전등기 완료하며, 도심권에 사무실을 마련해 임시사옥으로 쓰고, 내년(2010년) 7월까지 100명을 본사이전 준비요원으로 근무토록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일뿐이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글 아래부분에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어쨌든, 최 시장은 이 4자합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4자 합의가 근거를 가지려면 각각의 주체들이 사전 사후에 의견수렴을 위한 과정과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거치지 않았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최 시장이 제시한 논리다.
이 논리의 타당성 여부는 일단 논외로 치자.

그러나 4자합의가 도출된 과정, 그리고  한수원이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하게된데까지 이르는 과정을 간과하고 있거나 외면하는 측면이 있다.

한수원이 2011년7월11일까지인 본사이전 법정 시한을 지키지 않았거나 혹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전적으로 한수원만의 책임으로 돌릴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기자의 생각이 아니다. 당시 상황이 그렇다는 말이다.
경주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있었고,작년 7월20일 경주본사 사무실을 마련하고 100여명이 근무하게 된 것은 결코 경주시나 한수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주시 내부의 찬반논란...총선, 재선거 거치는 동안 혼란 겪으며 지지부진

먼저, 경주시 내부의 복잡한 사정은 누구나 다아는 일이다. 거칠게 정리한다고 해도 그 내용이 한참 길어질 정도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년 12월29일 한수원본사를 장항리로 결정한 발표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2007년 겨우 1년을 제외하고 매년 찬반논란으로 들끓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08년 국회의원총선, 2009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은 매번 핵심 선거이슈로 부상했다. 한수원본사 이전작업에 속도가 붙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008년 4월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공약한 김일윤 후보가 당선되자, 2007년 1년동안 관망하던 백상승 시장은 2008년 7월1일 민선 제4기 취임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한번 도심이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시기자회견에서 “ 4·9국회의원 총선에서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을 내세웠던 후보가 5천여표 차이로 이겼는데  승리요인에는 도심이전 여론도 충분히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구속으로 국회의원의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므로,  결국 시장이 뜻을 갖고 나서고 민간단체가 앞장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도심이전 논의를 경주시와 경주시장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었다.

총선을 거치며, 다시 경주시가 도심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한수원의 행보가 자유로울리 없었다. 겉으로 절차를 밟는다고 했지만 경주시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했고 지지부진했다.
한수원이 그당시 그 시점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비판 받을 상황이었다.

▲ 2008년 11월13일 한나라당 경주시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배포한 보도자료.
어디 그뿐인가?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직후 당선인이 구속됐고, 그해 12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최종 확정되면서  이듬해 4월 국회의원 재선거 실시가 확정된다.

경주시는 별다른 추진동력을 확보하지 못한채 당시 선거를 지켜보게 되지만, 국회의원 재선거 실시를 앞둔 2008년 가을 이미 한수원 본사도심이전 찬반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급기야 2008년11월13일 한나라당 경주시당원협의회는 위원장 명의로 "방폐장 주변 주민들의 동의없이는 한수원 본사의 도심이전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까지 한다. <오른쪽 사진 참조>

2009년 4월 국회의원재선거가 끝나고 2009년 5월 양북면 장항리부지에대한 공익사업 인정을 승인할때까지 장항리 부지매입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2009년 5월 법정시한 준수 난망 판단...대안수립위해 경주시-한수원 실무협의회 가동

이런 혼란을 겪은 끝에 2009년 5월, 경주시와 한수원은 2010년7월11일까지인 본사이전 법정시한을 준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고, 대안수립을 위해 2009년 5월 ‘한수원본사 이전일정 촉진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 분야별 협의과제 가운데 본사이전일정을 준수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된다.
경주시 국책사업단장과 한수원 본사이전추진실장 등 양기관에서 21명이 참가한 실무협의회는 법적이전 일정준수, 토지매수촉진, 이전일정 촉진등 3개분야의 소협의회까지 꾸렸다.

법정이전 일정 준수를 위한 소협의회에서는 당시 △상법 제182조에 의한 본점주소 이전 △사옥건립전 본사조직 및 인원의 일부이전(사옥임차) △ 방폐장 특별법 제17조 1항의 개정등을 검토하게 된다. <위쪽 회의서류 사진>

그해 5월2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6월18일, 7월2 일등 3차례의 회의를 통해 2010년 7월11일까지  서울 삼성동 본사주소를 경주로 이전하되, 본사조직및 인원도 일부 이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방폐장 특별법 제17조 1항이 규정한 법정시한 개정은 경주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막판에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 2009년7월15일 서울 삼성동 한수원본사 사무실에서 정수성국회의원, 김종신 한수원사장, 백상승 경주시장,최병준시의회의장이 만나 한수원본사 본사이전 법정시한준수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9년 8월31일 4자합의에서, ‘2010년 7월까지인 한수원본사의 경주이전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본사 법인주소를 경주시로 이전 등기 완료하며, 도심권에 사무실을 마련해 임시사옥으로 쓰고, 2010년 7월까지 100명을 본사이전 준비요원으로 근무토록 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비록  2009년 8월31일 4자 합의 발표문 형식으로 발표됐지만, 경주시와 한수원이 2009년 5월부터 공동으로 구성해 활동한 실무협의회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결정됐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촘촘하게 설펴보면, 비록 4자합의가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과정에서 방폐장 특별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은 결코 한수원이라는 공기업에만 일방적으로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

공기업에만 책임 전가 타당한가?  경주시 책임도 인정하는 태도 필요

최근 경주시가 한수원 조기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충정의 발로일 것이다.
"서울본사의 2분의 1내지는 3분의 1이라도 경주에 와야 한다"고 요구한 최 시장의 발언 역시, 이러한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요구가 좀더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다음 전제가 충족될 필요가 있다.
2년6개월전에 있었던 양기관 실무협의회 활동이나, 지난 5년간 경주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없는 것'인양 치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외면한채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오로지 한수원의 일방적인 책임이라는 식으로 비판하고 압박하는 것은 결코 사실에 부합하는 일이 아닐뿐더러, 경주시 당국자들이 누누이 말하는 대로 '한수원이 경주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길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 일이다.

일부 언론은 지난 5년간 경주내부의 갈등과 혼란, 경주시와 한수원이 실무협의회를 공동으로 구성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결정했던 사실 등은 무시한채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오로지 한수원의 책임이라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은 지난 11월10일, 양북면 주민들이 지식경제부를 방문해 지경부당국자로부터  '양북주민 동의나 합의 없이는 도심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또 최중경 전지식경제부 장관이 이런 지경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시점과 맞물린다.
그 보도가 쏟아진뒤 경주시는 '시민여론'을 거론하며 21일 지경부와 한수원에 조기이전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난항에 부딪힌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돌파하기 위한 '압박용카드'라거나, 도심이전을 중단하기 위한 명분쌓기용 출구전략이라는 식의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는 이유는, 바로 앞부분에서 언급한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결코 한수원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지역과 더불어 동반성장 해야 할 기업 임직원들에게 불필요한 불신과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시민들에게도 기업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주에 정착 하게 될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장기적으로 경주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바람직 한 것으로 믿기에  드리는 고언이다.

 '제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 눈의 티끌을 탓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는 점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없는 상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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