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동맹, '상생'협의체 맞나?
해오름동맹, '상생'협의체 맞나?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4.02.1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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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포항시 전시컨벤션센터 추진...경주시 주력 국제회의 도시육성에 '찬물'
포항시의 전시컨벤션센터 신축을 보도한 2월14일 포항MBC 기사. 사진 영상캡처. 

포항시가 2026년까지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를 신축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에 신축할 전시컨벤션센터 전시장 규모는 7183㎡이며,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과 중·소회의실 10여개를 함께 조성하는 계획이다.  4월 착공해 2026뇬12월 완공한다고 한다. 
전시장 규모로는 수원컨벤션센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와 비슷하고, 인근의 경주화백컨벤션센터보다는 3배 이상 크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인접한 포항동부초등학교 부지를 사들여, 2단계 확장을 추진하는데, 2단계 확장은 1단계와 비슷한 규모의 건물이 대칭 구조로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포항 전시컨벤션센터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져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시설이 된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내용이다.
1단계 규모가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이하 하이코)의 3배 크기이니, 2단계까지 완공되면 경주시 하이코 보다 6배나 큰 규모가 되는 셈이다.

2월14일자 포항MBC뉴스데스크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ZqmwQE4v-EY&t=169s

상생은 커녕 양도시 컨벤션센터 공멸 할수도 

2015년 한수원이 지어 경주시에 기부한 하이코전경.
2015년 한수원이 지어 경주시에 기부한 하이코전경.

이웃도시 포항의 전시컨벤션센터 신축 소식이 달갑지 않은 것은 경주시 하이코에 미칠 악영향 때문이다. 

경주시에 전시컨벤션센터가 들어선 것은 2015년3월이다.
한수원(주)이 방폐장유치지역 지원사업으로 1200억원을 투입한 하이코는 4만2774㎡ 부지에 연면적 3만1336㎡ 지하1층 지상4층으로 대회의실 3500석, 중소회의실 700석, 실내전시장 2273㎡ 등의 규모다. 한수원이 지어 경주시에 기부한 뒤 경주시가 재단법인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경주 하이코 준공당시 국내에는 이미 서울, 부산 등 9개 도시에 12개의 컨벤션센터가 운영 중이었다. 경주시에 막대한 재정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경주시는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통한 마이스산업 활성화, 이를 통한 지역경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하이코를 활용했다.

이같은 경주시의 계획은 어느정도 성과로 이어졌다. 
하이코 준공 직전 2014년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제회의도시로도 지정받았다. 2005년 지정된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대구광역시·제주특별자치도, 2007년 지정된 광주광역시, 2009년 지정된 대전광역시·창원시,2011년 지정된 인천광역시등기존 8개 지자체에 더해 당시 경주시와 경기 고양시, 강원 평창군이 지정 받았다. 경주시는 국내 국제회의도시 11개에 어엿하게 포함됐다. 국제회의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하나씩 닦아 간 것이다. 

이어 202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비즈니스)국제회의 복합지구로도 선정됐다.
문체부는그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국제회의산업 지역 거점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경주시를 추가로 국제회의 복합지구로까지 지정했다.

이처럼 경주시는  2015년 하이코 개관 이후 꾸준히 마이스산업 인프라 확충에 나섰고, 세계 물 포럼, UN NGO 컨퍼런스, 세계원자력국제대회 등의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회의 도시로서 위상을 높여왔다. 
경주시가 2025APEC 정상회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국제회의도시로서 한단계 더 비약할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이코 규모가 국제회의도시로 도약하는데는 걸맞지 않게 작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경주시는 무려 238억원을 들여  하이코 증축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지만, 하이코 운영은 적자를 면치 못하며 경주시에 매년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하이코의 연간 예산은 50억원 조금 넘는 규모다. 그러나 대관료, 시설임대료등으로 거둬들이는 자체수익은 전체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족한 예산은 준공이후 올해까지 근 10년동안 매년 25억원씩 경주시가 출연금 형식으로 충당해 왔다.
올해도 24억원을 출연한다.
컨벤션육성지원으로도 매년 경주시비 10억원과 도비 2억원등 12억씩 지원한다.

하이코 개관이후 출연한 경주시 예산만 해도 최소한 250억원이나 되고, 마이스산업 육성비도 1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하이코의 자립은 요원한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포항시가 하이코의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신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경주시 전시컨벤션산업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인근에 2개의 전시컨벤션센터가 존재하는데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서로 경쟁을 벌일수 밖에 없고, 자칫 서로의 살을 깎아 먹는 출혈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상생은 커녕  공멸 가능성이 커지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해오름동맹, 상생협의 하는 것 맞나?

사진은 2022년 경주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정기회의에서
사진은 2022년 10월25일 경주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2025년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3개 도시 시장이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 공동협약문’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이쯤되면 경주시와 포항시, 울산시가 만든 행정협의체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해오름동맹은 경주, 포항, 울산시가 2016년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3도시의 협력과 상생을 모도하기 위해 결성했다. 매년 2회씩 3개도시 시장이 모두 참석하는 정기회의를 열어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공동사업을 논의한다. 실무단위 회의는 수시로 연다. 
출범후 64개의 장,단기 사업을 발굴해 해오름상생협력 공동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려 47개에 달한다.
해오름동맹지역 소재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원자력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생활체육대축전, 합창페스티벌, 시립예술단 합동공연 등 문화분야의 다양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방재 및 대응공동협력단 운영,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공동활용방안 검토, 농축산분야의 지역축제 행사에서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는 등 매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는 3개도시 발전전략 연구용역을 발주 했다. 해오름동맹 도시 현황 및 대내‧외 여건 분석, 관련계획 및 정책 검토,공동협력사업 추진 성과분석, 해오름동맹 기본구상 및 발전전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용역은 지난해말 완료했다. 

3개도시가 행정협의체를 결성한 것, 그리고 지난해 발전전략 용역을 발주한 것등은 모두 3개 도시의 협력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자는,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도계 지역 식수난 해결’ 등 지역 현안사항에 공동으로 협력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법인세율 차등적용’에 대해 기재부와 여야 정당에 공동하는 등 외견상 성과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외견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각각 도시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어느 정도 협의를 진행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수 없다. 
경주시가 총력을 기울여 국제회의도시로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와중에 포항시가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를 추진하고 나선 이번 일이 단적인 사례다.

보도를 보면 이번 포항시의 계획은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건물의 규모까지 공개됐다. 사실상의 최종보고회 성격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하루아침에 발표됐을리는 만무할 것이다. 
상생을 위한 3개도시 행정협의체의 실효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개도시 시장들과 간부공무원 수십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온갖 말의 성찬이 오가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연출한다고 해서 상생협력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립합창단이나 예술단이 서로 오가며 교류를 한다고 해서, 축제에 참석해 직거래 장터를 연다고 해서 상생이 이뤄지는 것도 더더욱 아닐 것이다.
이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곁까지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각각 도시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오름동맹상생협의회.
그 이름에 걸맞는, 상생협력을 위한 행정협의체로서 실효성은 있는가?
경주시에 실익은 있는가?
근본적인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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