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80대 노부부 구조 손수호씨, "사람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생각 없었습니다."
불길 속 80대 노부부 구조 손수호씨, "사람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생각 없었습니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3.01.16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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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화재현장에서 구조순간을 설명하는 손수호씨.
16일 화재현장에서 구조순간을 설명하는 손수호씨.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일단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9일 오전 10시30분께 경주시 내남면 덕천2리 주택화재 현장에서 맨몸으로 불길을 뚫고 들어가 80대 노부부를 구조한 손수호(69.경주시 중부동)씨의 말이다.
<인터뷰영상보기 - https://youtu.be/pjkLcB47kZc>

건축업을 하는 손씨는 이날 동료직원 2명과 함께 화재가 난 주택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한 농가의 주택을 수리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는 동안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을 목격한 손씨는 ‘혹시’하는 마음으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미 불길은 2층짜리 주택을 집어살킬 만큼 걷잡을수 없이 번진 상황.
그때 손씨 눈에 먼저 들어온건 넋이 빠진째 현관 출입구 쪽에 앉아 있던 80대 집주인 활아버지였다. 
다급한 마음에 일단 할아버지부터 대문밖으로 피신시켰다. 그리고는 집안에 사람이 더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러나 화재로 망연자실한 할아버지는 대꾸할 기력조차 없었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이 2층으로 번지는 더욱 급박한 상황.
돌연 대문밖에 피신시켰던 집주인 할아버지가 화염 가득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안에 할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검은연기를 보고  달려온 또다른 이웃 할머니는 “저기 나이 많은 할머니가 있다. 큰일났다”고 소리쳤다.

손씨는 곧장 주택 뒤편으로 향했다.
손씨의 설명.
“이웃 한분이 안에 나이많은 할머니가 있다고 고함을 치지, 피신시켰던 할아버지는 집안에 뛰어 들어갔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앞쪽 현관으로 들어 가기에는 (불길이 번져) 이미 늦었고, 뒤로 돌아가니 창문이 있길래 그걸 뜯어내고 들어갔습니다.”

안방에는 이미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 연기는 쉴새없이 거실로 밀려오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집안에 있다던 할머니’는 갑작스런 불길에 어쩔줄 몰라하며 거실 소파에 엉거주춤 앉아 있았고, 당황한 할아버지도 미동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들쳐업고, 할아버지는 한손으로 당기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처럼 급박하게 80대 노부부 구조를 마치려던 순간 손씨도 화상을 입었다.
“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때 팔뚝이랑 얼굴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처음에는 1~2도 화상이라고 했었는데, 팔쪽은 치료를 해봐야 정확안 진단이 나온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다"는 기자의 말에 손씨는 “일단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없이 들어 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위급한 상황이면 누구라도 불길속이라도 뛰어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다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는 겸손의 말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희 아버지도 소방서에 근무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화재(대처)에 대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런가...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습니다.”

경주시는 16일 손씨의 희생과 용기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의사상자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손씨를 취재하는 동안 때마침 주낙영 시장이 손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목숨을 구한 활동에 대한 격려와 화상을 입은데 대한  위로전화였다.
손씨는 “별일도 아닌일을 갖고 공연히 성가시게 해서 미안하다” 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은 기자에게 “경주시에서는 의로운 시민상 수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신의 안위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한 손씨의 의로운 정신을 널리 잘 알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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