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남의 나라 일?
무상급식은 남의 나라 일?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08.21 23: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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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주시, 시의회
▲ 지난 18일 열린 경제도시위원회 회의모습. 출석한 의원들은 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기금적립 제안에 대해 아무도 동의를 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효로 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시장직 연계라는 `벼랑끝 선택'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국의 태풍으로 까지 떠올랐다는 보도도 숱하게 나온다.

전면 무상급식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직 사퇴를 연계하는 데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는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주민투표 실시를 계기로 촉발된 우리사회의 복지논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오시장의 선택이 미칠 정국의 파장은 예측이 쉽지 않다.
"밥 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려 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비아냥, "오시장의 결단"등으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오시장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 기자는 이를 지켜보면서 "서울사람들은 경주시민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좀 엉뚱하다 싶겠지만 그런 생각이 든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상급식에 관한한 제대로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경주시, 경주시의회를 숱하게 목격해 왔고, 최근에도 그런 현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방폐장유치지역특별지원금 605억원 사용계획협의안을 처리하기위해 열린 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 회의는 시민의 대의기관 시의회가 무상급식에 대해 얼마만큼 무관심한 것인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이날 상임위에서는 경주시가 제안한 장사공원, 소각장 주변지역주민사업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사업은 예외였다.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건설사업비로 경주시가 향후 부담해야 할 535억원 가운데 경주시가 이번에 110억원을 편성한것.
다수의 의원들은 향후 경주시가 부담해할 425억원에 대해서는, 중앙부처및 관계부처를 상대로 국비를 더 지원받아야 한다고 요구했고, 경주시 우병윤 부시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경주시는 지난 2006년부터 양성자가속기 연구센터 사업비로만 수백억을 투입한 상태다. 특별지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발생하는 이자로 이에  필요한 예산을 몽땅 부담해 왔다고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곰곰히 따져보면 경주시에서 할말이 그다지 많은 처지는 아니다. 방폐장주민투표때 이른바 인센티브 사업으로 제시된 이 사업의 문젯점에 대해서는 반대단체들이 상당부분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덥썩 받아들인 것은 경주시였고, 방폐장 찬성추진단체들이었다.

그후에  과기부등과의 협약도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당초 경주시가 부담하기로 했던 것 보다는 그래도 금액을 많이 줄였다.
경주시의 딱한 처지는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사실상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로 한 예산을 더이상은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를 상대로 한 억지주장에 가깝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절대다수의 의원들은 문제제기 하나없이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의 이익이 걸린만큼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더이상 왈가왈부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길게 상황 설명을 한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한 의원의 발언이 이 사업을 논의할때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복희 의원이 주인공이다.
정의원은  “경주시에서 계획한 대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에 110억원을 쓰지 말고 그 절반 정도는 무상급식에 필요한 기금으로 적립하자”고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수정동의안은 정식 의안으로 성립되지 못했다.

이날 출석한 8명(표결때 출석한 의원)의 의;원가운데 그 누구도 정의원의 수정동의안에 동의표시, 즉 제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정의원의 주장을 외면한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방식으로 무상급식 기금 적립 제안에 거부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물론 이날회의는 특별지원금을 편성한 경주시의 협의안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회의였다. 그러나 시의원들의 관심만 있었더라면 수정동의안은 얼마든지 의안으로 성립돼 토론을 거쳐 가부를 결정할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절대다수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예 외면한 것이다.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그렇게 표출한 것이다.

시의회의 무상급식에 대한 무관심은 따지고 보면 별로 이상한게  아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는 무상급식 확대실시 문제가 핵심 선거 이슈였지만,경주에서는 이 사안이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를 거론한 후보들이 거의 없었고, 그 결과  최양식 시장을 비롯해 6.2지방선거를 통해 등원한 선출직 공직자들도  민주당 정복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상급식을 외면하고 있다.

이처럼 경주시민들의 손에의해 뽑힌  선출직 공직자들이 무관심하다고 해서 지역사회전체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주지역에서도 지난봄 무상급식 추진본부가 발족했다. 그후 이미 1만여명의 서명을 받는등 시민사회의 관심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을 대변한다는 시의회는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주시도 마찬가지다.
최양식 시장은 원칙적으로는 무상급식 실시에 동의한다면서도 늘 예산부족을 핑계대며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경비보조금지원조례를 개정해 올해부터 교육현장에 지원하는 교육경비를 대폭 증액했지만 성적향상을 위한 방과후학교 예산 지원등에만 몰두 했을뿐 무상급식 확대는  여전히 회피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경주시와 시의회가 무상급식 전면실시 문제에 대해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경주는 적어도 무상급식에 관한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핵심이슈와는 동떨어진 지역, 대한민국속의 외딴섬이 되고 있다.

토론없는 사회에서는 결코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한다.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일찍이  민주주의의 한 전형이라고 할만한  화백제도를 꽃피웠던 신라의 고도 경주가, 21세기 들어 토론은 없고, 행정의 일방주도와 일부 집단의 큰 목소리만 횡행하는 죽은 사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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