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지진이 9.12 지진 발생때 성덕대왕신종 지켰다?
아이티 대지진이 9.12 지진 발생때 성덕대왕신종 지켰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7.03.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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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문화재 안전지키기 주제로 경북박물관협력망 워크숍 개최

"아이티 대지진이 성덕대왕신종을 지진으로부터 지켰다.?"

아이티 대지진은 2010년 1월 12일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위치한 서인도 제도 히스파니올라 섬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이 지진으로 약 31만 6,0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100만 명 이상이 재난으로 인해 살던 곳을 등졌다. 

2010년1월 지구 반대편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대한민국 국보 제29호 성덕대왕 신종을 지진으로부터 지켰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국립경주박물관이 21일 개최한 경상북도박물관 협력망 워크숍에서 경주박물관의 전시품 고정 기법을 강연한 신용비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그 답이 있다. 
신용비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 2010년 1월, 전세계계 어디에도 지진의 안전진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립경주박물관은  그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보 제29호 성덕대왕 신종 종각 보강공사를 벌였다.
성덕대왕 신종 종각의 밑부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신종 바로 아래에는 받침대를 설치했다.

▲ 국립경주박물관은 2010년 성덕대왕신종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종각 바닥면 지하를 보강하고 원형 홈을 평면으로 메운뒤 나무 받침대를 설치했다.
▲ 당시 종각 보강공사를 설명하는 자료화면.
이렇게 받침대를 설치한 효과는 지난해 계기관측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9.12 지진때 나타났다.
당시 국립경주박물관 폐쇄회로 화면(CC TV)를 보면 종각의 지붕까지 크게 흔들렸지만, 성덕대왕 신종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볼수 있다.   
2010년 성덕대왕 신종 바닥에 구조물을 보강하고, 종 받침대를 설치했기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져 훼손되는 화를 면할수 있었던 것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신용비 학예연구사는 "종각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걸쇠 였는데, 2010년 보강공사때 설치한 받침대 덕분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사상최대 규모의 지진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해 9.12 지진발생후이후에도 성덕대왕 신종 종각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종각 기둥의 단면을 보강하고 네 개의 기둥을 연결하는 보를 설치함으로써 종각 건물은 내진 특 등급 수준의 내진성능을 확보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8월까지 신라역사관 내진보강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2010년 내진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자 당시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전시장을 장기휴관하면서가지 국내최대규모의 내진보강공사를 했고, 안전을 강화했다.

일부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는 이뤄졌지만,  중요 전시유물은 지난해 9.12 지진이 발생할때까지 안전에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주지진 발생 두달전인 7월5일 울산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이 9.12 경주지진때 경주박물관의 중요 유물을 지킬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울산앞바다 지진발생이후 국립경주박물관은 낚시줄, 철사, 지우개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중요 전시품을 고정했다. 
9.12 지진으로 첨성대, 다보탑등 수많은 유물이 피해를 입는 속에서도 박물관 전시유물과 수장고에 보관중인 각종 유물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었던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지진에 대비한 노력은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다음은 한겨레 기사 일부분.

당시 불길한 감을 느낀 유병하 관장과 김유식 연구실장이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7월11일부터 8월22일까지 유물 500여점에 대한 고정 작업을 미리 해놓은 것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각 전시실에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금관과 석검, 금동불상 등의 전시품들을 낚싯줄로 꽁꽁 묶어 고정했다고 한다. 금령총 기마인물상과 토우항아리 같은 신라 명품 토기 안에는 비중이 무거운 금강사 모래를 담은 비닐용기를 넣고 실리콘으로 토기 하부를 바닥에 붙였다. 덩치가 큰 삼화령 아기삼존불과 남산 신성비 등의 석조물은 목재로 받치는 작업을 벌였다. 덕분에 두 차례의 강진이 경주를 할퀸 와중에도 박물관 유물들은 일부 위치를 조금 벗어난 것 외에는 무사했다. 천마총 출토 금관의 경우 높은 받침대 위에 놓여 사전에 낚싯줄로 고정하지 않았다면 밑으로 떨어져서 크게 부서졌을 것것이라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2016년 11월3일자 한겨레 보도>

지진발생 직후인 지난해 9월27일 개막한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준비할때도 앞서 9월 지진발생전 7월부터 8월까지 실시했던 중요유물 고정작업의  경험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면진 받침대 50개를 빌어 안전을 확보했고 낚시줄 등으로 중요유물을 고정했다.
수백회 이어진 여진에도 아무런 사고없이 특별전을 마칠수 있었다.

▲ 옥외 석조 전시물에 지지대를 설치한 모습.
그후 경주박물관 자체  내진대비도 더욱 강화했다.
황남대총 부곽장에는 일부 유물의 테두리에 지지대를 설치했고, 옥외에 전시한 대형 석조유물에는 지진에 대비해 별도의 지지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경주박물관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사용했던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 “지진방재 전시용품 키트(이하 키트)”를 제작하여 경북도내 박물관 및 미술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1일 경북도내 68개 박물관과 함께 경상북도박물관협력망 워크숍을 개최해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지키기 경험을 경북도내 박물관과 공유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문화재 안전하게 전시하기’라는 주제로 9.12 지진발생 이후 국립경주박물관이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한 다양한 전시 기법을 소개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전시품(복제품)을 직접 고정하고 확인해 보며 향후 각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전시 작업 시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습시간도 가졌다.

▲ 21일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워크숍 모습.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9.12 지진이후 미국, 일본을 방문해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확인하고 관련예산 20억원도 확보했다.
각종 전시물에 대한 고정 작업과 면진 받침대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주요 건물인 특별전시관·월지관·서별관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내진성능 평가를 완료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내진성능 보강이 필요한 건물에 대하여는 올해 연말까지 보강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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