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 문화유산 둘러보기] 경주 지진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김호상, 문화유산 둘러보기] 경주 지진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6.09.19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16.9.12일 19:44분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690번지에서 5.1진도의 지진이 일어났고, 잠시 후 2016.9.12일 20:32분 1.4km 떨어진 내남면 화곡리 산 239-3번지에서 5.8진도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한국지진관측사상 역대 1위와 5위의 강력한 지진이 1시간을 사이에 두고 경주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의 지진이 언젠가 우리에게 올 지진이 발생하였다 마음 편히 생각하고 지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해 본다. 지진은 우리들이 노력한다고 하여 막을 수 있는 자연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글.사진. 김호상>

▲ 1967년 경북 청송 출생1985년 동국대학교 입학2003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취득1993.3 ~2005.1 동국대학교 경주박물관 조교, 연구원, 전임연구원2005.1 ~ 2011.12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과장, 조사실장 현. (재)진흥문화재연구원장
우리민족은 특이한 자연적인 요소를 신격화하여 숭배함은 물론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활습관이 생길만큼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자연현상은 당시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한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고, 천둥과 벼락이 치고, 땅이 요동치는 모든 현상들이 신비롭고 두려운 일이었던 것은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과학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과학은 신비롭고 공포스러운 자연에 대해서 누구나 이해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원리가 담겨져 있음을 알게 하여 자연의 현상들이 절대군주나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간의 자존심과 평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사회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일은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地震)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었고, 1978년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5.8 규모의 지진이 경주에서 일어났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는 빈번히 발생했던 자연재해 중의 하나가 지진이었고,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역사서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지진은 고구려 유리명왕 21년(기원후 2년) 8월에 일어났다. 신라수도인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은 [삼국사기] 탈해니사금 8년(기원후 64년) 12월 지진을 시작으로 ‘혜공왕(惠恭王) 15년 (779년) 3월에는 서울에 지진이 일어나,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여 명이었다.(현재의 기준으로 진도 7.0)’ 라는 기록을 포함하면 총 48회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지진은 삼국시대 102회, 고려시대 169회가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등 지진이 기록된 사료가 풍부하여 대략 1800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대부분의 지진은 오늘날과 같은 지역인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지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역사도시다. 천년동안 많은 지진이 일어났지만 도읍을 유지하여왔고 또 역사를 이끌며 살아온 우리의 터전이었다. 앞으로도 지진은 더 일어나겠지만 지진에 대한 무지와 왜곡, 편견 등으로부터 과학적인 교육과 합리적 이성을 통해서 막연한 자연현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한 지진만 지켜보았을 뿐 그러한 일이 우리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심이 이번 지진으로 모두 사라지게 되었고, 도리어 막연한 불안감을 얻게 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최근 1년 동안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20회나 일어났다고 하며, 지난 4월 구마모토현에서 일어난 지진은 규모 6.5 라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인명 피해나 건물의 붕괴가 최소한으로 된 것은 대규모의 지진과 같은 재난에서 얻은 교훈을 철저한 실전적이고 반복적인 안전훈련으로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교훈적인 측면에서 이번의 경주지진은 우리에게는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지진이 우리에게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연재해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큰 피해 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지진에 대한 안전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더라면 그 피해의 크기는 어떠하였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지진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국민모두에게 용기와 위로를 드리며,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건강이 하루 빨리 완쾌되고 시설은 안전하게 복구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지진을 ‘타산지석’ 으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안전대책에 대한 매뉴얼과 시스템이 관민 모두 한 마음으로 갖추고자 노력한다면 우리는 자연재해로부터 더 안전한 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경주포커스 후원은 바르고 빠른 뉴스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