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시정최고책임자의 말, 말의 무게
[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시정최고책임자의 말, 말의 무게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5.10.2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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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설립에 대한 최 시장의 말, 그리고 변화

최양식 시장은 경주시정 최고 책임자다.  
그의 말이 시민들과 공직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인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발언의 영향력은 더욱 클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수원 자사고 설립과 관련한 최 시장의 말을 살펴보면 시정 최고 책임자의 것으로 보기에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년젼으로 돌아가보자.
최양식 시장은 2014년 11월6일 시청에서 권영길 의장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청 국장급 간부들이 빠짐없이 최 시장 오른쪽에 도열했다. 왼쪽편엔 권영길 의장과 시의회 상임위원장등이 대거 참석했다.  시의회와 공동기자회견 형식이었지만 회견의 주인공은 최 시장이었다.

▲ 2014년 11월7일자 경주시청 홈페이지 <시정뉴스>에 게재된 최 시장의 기자회견 홍보기사. <경주시정뉴스 보기-클릭>

급거 기자회견을 연 것은 한수원자사고 설립에 대해 기힉재정부가 불허 방침을 굳혔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회견전날인 11월5일 산자부 공무원이  최양식 시장을 방문해 정부방침을 전하며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다.  최 시장은 펄쩍 뛰었다.
'준엄한 심판' '헌신짝 처럼 져버리는 일' '분노하지 않을수 없다'는 등 격한 표현이 기자회견문에 담겼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 시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한수원 자사고는 2007년 11월9일 방폐장 착공식때 대통령께서 직접 경주시민들에게 약속하여 정책적으로 추진되어 온 사업입니다.....정부가 방폐장 경주 유치에 대한 보상으로 대통령께서 약속했던 자사고 설립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일이기에 30만 경주시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에 보상차원에서 자사고 설립을 약속했던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어느 사회든 신뢰가 우선입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이 개인간의 신뢰뿐만 아니라 정부와 개인, 정부와 자치단체간의 신뢰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현재의 교육정책 환경과 상황이 과거와 다르게 변했다는 핑계로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져 버린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습니까?”
정부 교육정책  변경과는 별개로 정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강조였다. 한수원 자사고 설립에 찬성하든 그렇지 않든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었다.

1년전 명분, 지금은 왜 명분이 되지 못할까?

▲ 2014년 11월6일 최양식 시장의 기자회견 발표문. 자사고 설립에 대한 정부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정부와 지자체간의 신뢰등을 언급하고 있다. A4 3장분량의 발표문 가운데 맨 마지막 페이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2015년 10월19일 최 시장의 말은 1년전과 180도로 달라져 있었다.
“정부정책이 자사고는 더 이상 안할 생각이다. 자사고를 끝까지 붙잡고 있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라며 지난달 18일 한수원에 최종통보환 정부의 불허방침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븐명히 했다.

이런말도 덧붙였다.
 “정부결정을 재고하고 다시 뒤엎을 정도의 명분과 이유가 있다면 그렇게 할수 있을 것이다. 저는 중앙정부가 교육정책을, 자사고를 더 이상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더 이상 이것을 가져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정부방침이 자사고를 추진하지 않으므로 수용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년전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제시했던 명분은 더 이상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발언이다.  

2014년 11월6일,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제시했던 명분, 즉 정부와 지자체의 신뢰, 방폐장 유치 도시 경주에 대한 보상차원의 약속 이라는 점은,  1년만에 졸지에 '정부정책의 재고를 촉구할 만한 명분이 될수 없는 것'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다. 시민들은 최 시장을 향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약속, 정부와 지차체간의 신뢰보다 더한 명분은 과연 무엇인가?
도대체 어떠한 명분이 있어야 정부를 향해  약속이행을 촉구할수 있다는 것인가? 

이미 물거넌간 한수원 자사고 설립을 새삼스럽게 요구하자는게 아니다. 
지도자의 말은 앞뒤가 한결 같아야 한다고 여기며 던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다. 

말의 책임성과 관련해서는 <명심보감> 언어편에 다음과 같은 경구가 있다. 
‘言不中理 不如不言’ (언부중리 불여불언). 一言不中 千語無用 (일언부중 천어무용)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며,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없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이럴진데, 시정 최고 책임자의 말은 오죽하겠는가?
1년만에 돌변한 최 시장의 발언,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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