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에 대한 시의회의 침묵...이유가 뭘까?
'무상급식'에 대한 시의회의 침묵...이유가 뭘까?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12.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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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경주시의회는 173회 정례회 1차 본회의 직후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었다.
초중학교 급식비 지원계획, 즉 내년부터 경주지역내에서 면지역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따른 경주시 보고와 시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첫번째 주제로 올랐다.

김영춘 경주시 시민생활국장은 경북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경주지역 면지역 초, 중학생들에게 교육청과 지자체가 50%씩의 예산을 부담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한다는 계획과 함께, 2013년에는 면+읍지역 초, 중학생, 2014년에는 면+읍+동지역 20%의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보고했다.

경주시는 이미 이런 방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 5억12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 제출한 상태다.

▲ 최양식 시장이 11월30일 무상급식 실시 확대를 요구하며 방문한 경주친환경무상급식 추진단 관계자들과의 면담에 앞서 피켓을 바라보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방침에 따라하는게 고작 
경주시 계획은 경주친환경무상급식 추진단의 주장대로 매우 소극적이다.
특히 경주시가 자발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경북교육청의 방침에 따른 대응투자일 뿐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경주시전체의 예산에 비춰봐도 비율은 극히 낮다.내년도 전체예산의 0.05%에 불과하다.

그뿐인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월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자체는 186개로 91.2%나 되고,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자체만 105개,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76곳으로 무려 33.2%에 달한다.

경북도내 시군이라고 해서 더 이상 ‘무상급식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구미시는 올해초부터 읍면지역과 동지역 저소득층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내년에는 동지역에 대해서는 차차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군위군은 올해부터 읍면지역 유치원, 초,중학교까지 시행하고 있고, 울진, 울릉군등도 읍면지역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더 이상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이런점은 최양식 시장이 지난 11월30일 경주친환경무상급식 추진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확인한 터였다.
최 시장은 전면적인 확대 실시를 요구하는 추진단관계자와의 요구에 “물줄기가 이미 전체적으로 가고 있다”면서 “경북도 방침에 맞춰서 면지역에서 먼저 실시하고 확대실시는 향후 시의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었다.

지역내에서의 형평선 논란은 어찌할텐가
특히 경주시의 면지역 초중학교 무상급식 실시 방침은 현곡면 금장리에 위치한 금장,나원초등학교, 화랑중학교가 포함되면서 동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경주친환경무상급식 추진단이 30일 기자회견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이종표 전시의원, 신경진 추진단 상임대표, 손영섭민주당경주시위원장, 이광춘 민주노동당 경주시위원장.
현곡면 금장리는 90년대이후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고, 현재 이 지역 일부 아파트의 매매가나 전세가등을 고려하면 이 일대 주민들의 소득수준은 왠만한 동지역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부유층 지역으로 꼽힌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심권 일부 동지역과 읍지역에 대한, 지역내에서의 또다른 차별이 될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무상급식추진단등에서는 경주지역 전지역에 대해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실시를 요구 하고 있는 상태다.

1일 시의회전체의원 간담회가 관심을 모은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도심권 동지역 혹은 읍 지역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 사이에서 무상급식 확대 실시 주장등과 같은 다양한 이견이 제기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이런점때문에경주친환경무상급식 추진단 관계자들도 이날 간담회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혹시나’ 하며 지켜봤던 간담회는 그러나 ‘역시나’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경주시의 방침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이견이래야 무상급식추진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 정복희 시의원이 “내년부터 경주 전지역 초등학교 3학년까지라도 확대 실시하자”는 주장이나, 불국동을 지역구로 둔 최창식 의원이 “동지역 20% 추가는 2014년에 시행 할 것이 아니라 2013년으로 앞당기자”는 주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김영춘 경주시시민생활국장은 “동 지역은 저소득층이 많고, 그래서 이미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많다”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경북도 방침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밀어 부쳤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재적의원 20명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17명, 무소속 2명, 민주당 1명으로 한나라당 의원이 절대다수라는 작금의 시의회 정당 분포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10월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를 당론으로 변경하며, 사실상 전면 무상급식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학교급식에 대한 지원은 각 지자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당은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었다.

▲ 최양식 시장이 시민 서명부를 살펴보고 있다.
절대다수 시의원 침묵을 어떻게 이해할까?
면지역 실시 방침에 대한 읍지역, 동지역을 둔 시의원들 대다수가 침묵하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주시 재정을 진정으로 걱정해서 일까. 물론 그럴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경주시 재정을 걱정한 침묵이라면, 그동안 “재정여건을 감안해 무상급식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경주시가 비록 도교육청의 방침이 있기는 했지만, 시의회와 사전 상의없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면지역 초중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한데 대해 비판했어야 마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경북도교육청이 방침을 정했더라도 경주시는 사정이 어려우므로 반대한다”는 식의 주장을 단 몇 명의 시의원이라도 했어야 했다. 시의원들이 곧잘 말하는 대로 지방자치 시대가 아닌가. 그래야 그나마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경주시가 밝힌대로 급식비 지원의 목적, 즉 학부모 급식비 부담 경감, 학생들이 동등하고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 제공 등의 목적에 시의원들이 찬성하는 셈이 된다.
이런 목적에 진정으로 찬성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경주지역내에서의  또다른 차별방지를 주장하는 시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왔어야 마땅하다.
‘동등하고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읍지역과 면지역, 동지역이 달라서야 말이 되는 일인가.

지역구 주민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시의원들이고 보면, 그 주민들의 마음과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우리지역도 무상급식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어야 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의원들은 침묵했다.

이 침묵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강조하는 ‘보편적 복지 확대’를 찬성하지 않거나, 혹은 모르고 있거나. 혹은 대다수 시의원들이 무상급식 실시를 애시당초 마뜩 찮아 했거나….

1일 오전 11시50분에 시작된 간담회에서 무상급식 주제는  단  10분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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