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경주국립공원 사무소, 국민혈세 이렇게 쓰도 되나?
[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경주국립공원 사무소, 국민혈세 이렇게 쓰도 되나?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5.07.29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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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책자 발간을 보고
▲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28일 배포한 보도자료

28일 경주국립공원사무소로부터 한건의 보도자료가 전송돼 왔다. <사진 오른쪽>
경주국립공원 8개 지구를 소개하는 스토리텔링 책자 ≪오늘은 경주≫를 발간했다는 것을 알리는 자료였다.

보도자료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썻다.
“≪오늘은 경주≫는 서라벌을 지키는 성모가 머물렀다는 서악에서 불국토건설의 이상을 담은 토함산,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 화랑의 정기를 품은 단석산, 문무왕의 수중릉이 있는 대본, 이차돈의 숭고한 희생이 묻혀 있는 소금강산, 흥무대왕을 만나볼 수 있는 화랑,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던 구미산을 포함하여 경주 곳곳의 다양한 모습을 10개 구간으로 나누어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어지는 소개.
“자연 속에서 힐링은 물론 역사여행의 길잡이로 삼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의 다양한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 역사 탐구 등의 목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받은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경주의 광할한 국립공원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에서 책을 발간함으로써 그속의 여러 가지 모습 구석구석 속살을 엿볼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도자료에 명시된 담당자와  통화가 이뤄졌다.
다음은 통화요지.

-기자 “ 책 내용이 궁금해서 하는 부탁인데, 이 책을 구할수 있나?
=담당자 “홍보용 5권밖에 없다”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의문이 일었다.  
'경주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책이라면서 도대체 몇권을 인쇄 했길래, 이 책을 만든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조차 겨우 5권만 확보했다는 말인가? 경주에는 아예 배포할 계획이 없었다는 걸까?'

그후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예산은 얼마나 들였나?
=“2000만원 들었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2000만원이나 들였다면서, 정작 경주에는 이 책을 전혀 배포하지 않나?
“책을 보려면 서점에서 1만5천원으로 구매해야 한다.”

-공단이 돈을 들여 출판사 좋은 일만 시킨건가? 2000만원은 그럼 어디에 사용했나?

“스토리 텔링 작가 집필비용, 책자편집, 디자인 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경주국립공원에서 책 제작을 기획했지만, 결국은 출판사에 용역비만 지출한 셈이 아닌가?
이어지는 질문.

-이 사업의 취지나 계획서 같은 것 있으면 보내주실수 있나?

“물론이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통화를 중단했다. 그러나 자료는 오지 않았다. 대신 오래지 않아 그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료를 보내드리기 전에 설명할게 있다. 공단으로 방문해 줄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통상 해명할 필요가 있는 쪽이 방문하는게 상례가 아닌가.  그래서 물었다.
-“자료부터 보내고 해명하면 될텐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냐?"
=“전화로 설명을 제대로 못드렸으니 만나서 말씀 드리겠다”

▲ 책 표지.

취재할 필요가 있으니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도대체 뭘 해명한다는걸까?

보문단지에 있는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건물을 방문했다. 
국립공원 탐방시설과 김미향 계장이 담당자였다.
“공대출신이어서 말을 잘 못해 설명이 부족했다”는 말과 함께 기자를 맞이했다.

먼저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까지 정작 이 사업을 기획한 경주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책을 겨우 5권밖에 확보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책 제작진을 소개하는) 편집자 명단에 제 이름이 빠졌어요. 그래서 출판사에 인쇄를 다시 하라고 지시하고, 우선 5권만 받았어요.”

7월8일 발행한 이 책의 ‘편집자’ 명단에, 기획을 담당한 경주국립공원사무소의 담당직원인 자신의 이름이 빠져서 다시 인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는 했다. 출판사쪽의 실수로 이 사업을 기획한 자신의 이름대신 비슷한 내용으로 앞서 발간한 《오늘은 태안》이라는 책을 발간한 담당자의 이름이 <편집자>로 올려져 있었다는 설명이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쪽의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이 사업을 추진했고, 7월초에 책을 발간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지역사무소에서 지난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시행한 사업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결국 이 책 발간은 경주국립공원 사무소의 독자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이어 다음과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보도자료에서는 ‘국립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가이드와 공유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공유하나. 그분들도 책을 사야 하나?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출판사로부터 100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 100권으로 5명의 주민가이드와 공유도하고 필요한 곳에 배포할 계획이다.”

-국립공원에서 자료조사에 협조했을테고, 기획도 했다는데, 그럼 도대체 2000만원은 어디에, 왜 사용한건가?
=“스토리텔링 작가 집필료, 디자인 비용, 출판전단계까지 비용이다.”

▲ 애기꾼 출판사 홈페이지의 출판사 약력.

이 책은 이종숙이라는 소설가가 쓰고, 박성호씨가 사진을 찍었다. 출판사는 얘기꾼.
얘기꾼의 홈페이지에는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이며 문화재 스토리텔링 전문 기업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를 확인했더니, 책을 쓴 이종숙씨는 이 회사의 운영위원으로 소개돼 있었다.
결국 스토리텔링문업체의 용역비로 2000만원을 썼다는 이야기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기획했다고 하지만, 기실 책 출판에 필요한 예산만 부담한 셈이기도 했다.

-국립공원에서 돈을 주고 출판을 시킨셈인데, 판권은 누가갖나?
“판권은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갖는다. 책이 판매되면 인세를 받는다”

취재를 위한 대화는 여기서 마쳤다.

사업 계획서를 받았다. 계획서에 적힌 목적과 기대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주국립공원내 8개 지구에 얽힌 역사적 기록,설화,자연, 관광자애원등을 발굴함으로써 탐방객의 이해도와 애정을 높이고, 책자제작을 통해 미래세대 환경교육, 국립공원 마케팅에 활용하겠다."<아래사진>

▲ 경주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책 발간 계획서.

가로 13㎝ 세로 21㎝ 크기, 361쪽 분량의 책에는 10개 부분으로 나눠 79개의 각종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이수형 경주국립공원사무소장은 이 책 뒷표지에 이렇게 소개했다.
"...이 책은 경주를 방문하였던 사람이나 아직 찾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게 하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것이라 자부하면서 적극 추천한다." 
극찬이었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읽어본 바로는, 이 책에서 작가가 발굴한 새로운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책 말미에 밝힌 참고문헌은 한국문화유산답사회의 ≪경주≫(돌베게) 를 비롯해 경주를 소개한 10권의 책.
기자에게 이 책은, 기존에 나온 경주 답사기,혹은 각종 안내자료, 이미 발행한 책을 참고해 문화재를 소개하고, '그동안 경주와 아무런 연고가 없던' 작가 이종숙의 여행 감상을 살짝 얹은, 그래서 기행문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했다. 
스토리텔링 책자라고 소개했지만 새로운 그 무엇을 담아낸 것도 아니었다 .
평가는 어디까지나 독자들이 판단할 몫, 그러나 1만5천원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출판사쪽은 앞서 <얘기꾼 '오늘은 시리즈' 태안편> 으로 《오늘은 태안》을 펴냈다. 이 책의 제목은 《오늘은 경주》다. 결국 출판사의 <오늘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기는 의문.
‘국립공원에 대한 이해도를 고취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 그리고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결국은 출판사의 잇속만 챙겨준 것은 아닐까?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경주사무소를 비롯해 21개 전국의 지역사무소에서 지난해 이런식으로 모두 책을 발간했다면, 그 비용은 모두 얼마나 될까? 
국민의 혈세를 과연 이런식으로 사용해도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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