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경주문화재단 임직원 시의회 무시, 좌시 안된다
[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경주문화재단 임직원 시의회 무시, 좌시 안된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5.07.20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에 한번씩 시행하는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갖는  가장 강력한 통제수단이다.
지방자치법 제41조는 시·군 및 자치구 의회는 1년에 한번  9일의 범위에서 감사를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올해 2개의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행정사무감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피감기관의 임직원이 26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에서 도를 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임직원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된 피감기관은 경주시가  예산을 지원해 각종 문화행사를 펼치는 경주문화재단의 임직원이었다.

▲ 김완준 사무처장이 14일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완준 사무처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경주문화재단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진 정현주(50) 경주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9일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협박성 발언이라고까지 평하고 있다.  김 처장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정 의원을 향해 “평생 시의원 할 줄 아시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명도 파문을 키웠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정 의원이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데다, 휴식시간에 다과회 자리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밀했다. “농담으로 한 발언”이라고도 말했다.
이미 누차 지적했듯이 자신을 몰아붙인 시의원을 향해 ‘평생 의원 하줄 아시느냐’는 발언이 어떻게 농담일수 있는가. 당사자격인 정의원은 물론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오죽했으면 속개된 감사에서 동료의원들이 질타를 했겠는가.
 
벡번양보해서 농담이며, 휴식시간에 한 발언이라고 해도 결코 용인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팽배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주지역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김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미 지적했듯이 “정 의원을 선택해준 유권자들 마저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했다.

뿐만아니다.  14일 보충감사에서 경주문화재단의 한 팀장급 직원은 행정사무감사가 벌어지는 공공장소에서 정 의원을 향해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을 공공연히 노출했고 그 현장을 기자는 생생히 목격하기도 했다.

김 처장과 이 팀장급 직원의 행태는 경주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경주문화재단의 임직원들이 시의회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볼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주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립 운영되는 재단의 사무처장이 어떻게 시의원을 향해 막말을 하고 그 부하 직원은 공개적인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표출할수 있단 말인가.

경주문화재단 이사장은 최양식 시장

따라서 이 문제는 결코 단순한 헤프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김 처장이나 팀장급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설령  개인의 일탈이고 자질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좌시할 일은 결코 아니다.
시의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행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경주시 차원에서 일벌백계의 책임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경주문화재단은 경주예술의전당 운영 등을 위해 경주시가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사무처장은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직도 겸하고 있으며, 공무원 4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처장이 관장으로 있는 경주예술의 전당은 BTL사업으로 추진돼  경주시의 막대한 재정부담요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경주시가 예산을 출연해 설립한데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예술의 전당에 대해시민의 대표인 시의회가 운영 적정성을 감사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엄순섭 의원이 지적했듯이 “유독 경주문화재단에 대한 감사를 하면 발언태도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경주시는 이번 기회에 경주문화재단의 운영전반에 대한 확실한 점검은 물론 왜 이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경주문화재단 이사장은 최양식 시장이다

▲ 14일 경주문화재단에 대한 보충감사를 하는 모습.

시의회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
시의회에서도 이번 파문을 단순히 정 의원 한사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된다. 반드시 시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대응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시의회는 엄연히 26만 경주시민의 대의기관이다.

지방의회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긴하지만, 주민대표기관, 의결기관, 입법기관, 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데는 이견이 없다. 
김 처장의 발언과 팀장급 직원의 행태는 주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는 '감시기관'으로서의 시의회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26만 경주시민을 대표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 시의회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26만 시민의 자존감을 짓밟고 경주지역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심갹한 모독이기도 했다. 
경주시 및 시의회의 향후 대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경주포커스 후원은 바르고 빠른 뉴스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