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유포 처벌 엄포 이전에 확산원인 반성 선행돼야
유언비어 유포 처벌 엄포 이전에 확산원인 반성 선행돼야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5.06.1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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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유언비어 근절 대책 강조가 불편한 이유

▲ 10일 오후 경주시청에서 열린 유관기관 대책회의. 이날 회의는 사실상 유언비어 차단대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경주경찰서가 11일 메르스 소문과 관련해 배포자를 소환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9일 경주시민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던 ‘황성동 아줌마 확진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를 본격화 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수사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것이  아니지만, 언론들은 경찰발표를 11일 일제히 대서특필 하고 있다. 경주시청 페이스북 계정은 11일 관련보도를 몇개나 링크해 두었다. 그 의도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생뚱맞다.
경주경찰서 사이버 수사대는 이미 9일 저녀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을 페이스북등을 통해 게시했다. 10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도 수사중이라는 경찰서장의 보고가 있었다.
현장에서 취재한 경주포커스는 10일 이를 즉각 보도했다.

그런데 왜 경찰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중이라고 강조하고, 경주시는 이 뉴스를 몇개나 링크하면서 강조할까?
전날(10일) 오후 4시 경주시청에서 열렸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유독 이점이 강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언비어 근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한 외부기관 대표자가 현장에서 경주시청 직원이 주는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한 기관의 대표는 "방송 촬영 화면에는 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충고를 해 주기도 했다.
10일 유관기관 대책 회의에는 경주시와 경찰, 교육청, 소방서, 의사회, 동국대, 계명대동산병원장 등 10개 기관대표가 모였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회의였다.
경주시청 이외에서 온 외부 병원 관계자들이나 의사단체, 약사회장등은 현장에서 경주시가 나눠주는 노란색 민방위훈련복을 즉석에서 덧입기도 했다.

그림은 그럴 듯 했지만, 오간 대화는 사실상 한담 수준이었다.
경주시보건소장의 현황 보고, 오병국 경찰서장의 유언비어 근절을 위한 대책, 교육장, 소방서장, 동국대경주병원장의 현황보고와 대책등은 진지했다.
그러나 이어진 의약사 단체 회장의 발언은 듣기에 민망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호들갑 떨일 아니다”는 식의 시민정서와 동떨어진 발언도 나왔다.
불신이 확대되는 원인은 거론하지 않은채 이른바 지도자를 자처하는 기관대표들이 시민들의 불신현상을 개탄하는 듯한 발언들이 적지 않게 이어졌다.

화제는 단연 9 일 ‘황성동 아줌마 확진설’ 확산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나 밴드나 페이스북 등 SNS의 놀라운 전파력 때문 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직원들의 대응등 개별적인 대응방안들이 일부 제시됐다.

이날 회의를 정리한 경주시 보도자료는 이렇게 썼다.
최양식 경주시장을 비롯한 참석한 유관기관장 모두는 경주는 메르스로부터 청정지역이며 현재는 메르스 보다는 SNS 등 온라인 상의 허위사실 유포가 더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인터넷 상의 유언비어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관 자체 홈페이지와 직원들의 인터넷 밴드, SNS 등을 통해 메르스로 인한 각종 유언비어 차단에 적극적으로 대응 하는 등 지역안정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주시 보도자료에서 나타나듯 처방이라고 나온 것은 허위사실에 적극 대처하며, 특히  SNS에서 기관별 대응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유관기관을 통괄하는 대응방안 따위의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유언비어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되풀이 강조됐을 뿐이다.

현장에서 회의를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유관기관 대표들이 모인 선의를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유관기관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 시민들이 안심할 것”이라는 최양식 시장의 말에서 나타나듯 말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한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게 솔직한 생각이다. 

어쨌든 이날 대책회의에서 유독 강조됐던 것은 유언비어 확산방지 대책이었다.
대책회의 이튿날인 11일 경주경찰서가 최초 유포자를 찾아낸 것도 아니고 , 용의자 소환도 아닌, 특별한 뉴스가 포함되지도 않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경찰의 유언비어 유포자 처벌 방침이 결코 탓할 일은 아니다. 
황성동 아줌마 확진설에서 처럼, 허위사실 유포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거론된 병원, 개인 등이 피해를 봤다면 이는 분명히 막아야 할 일이다.

▲ 경주시청 페이스북은 경찰의 수사소식을 전한 뉴스를 여러개 링크 해 놓았다.시민들의 불안 원인이 마치 오로지 유언비어 때문인 것 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유관기관 대책회의의 결론은 아쉽다.
유언비어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전에  왜 유언비어가 시민들 사이에서 그토록 급속도로 확산 됐는지에 대한 진단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수 있는 것 아닌가.

9일 하루동안 사실이 아닌 말, 유언비어가 왜 그럴듯한 사실처럼 시민들 사이에 그토록 급속하게 확산된 걸까?
경주시나 보건당국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국대경주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던 5월29일 시점으로 되돌아가보면 그 이유는 더욱 자명해 진다.
지난달 29일 최초로 확진환자 2명이 동국대경주병원에 이송됐을 때 병원측이나 경주시는 관련법의 기밀주의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한 나머지 환자가 이송된 사실 조차 사흘이 지나도록 공식확인 해 주지 않았다. 
이송된 직후부터 병원 근무자들이나 입원환자 가족들을 통해 급속도로 소문이 확산됐지만 경주시는 이를 무슨 큰 비밀인양 사흘이 지나도록 공식확인을 해 주지 않았다.

그 사이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확인해 주지 않은 유언비어 같은 '사실'이 급속도로 퍼졌다. 온갖일이 다 벌어졌다.
동국대 병원, 교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현곡  금장의 한 아파트에서는 확진 환자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경비실에서 방송을 하기까지 했다.
경주시는 5월31일 오전 자체 대응회의를 하고,오후에는 시의회에 보고까지 했으면서도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공식확인 해 주지 않았다.
사흘동안이나 '사실을 유언비어처럼 방치했던 것은 다름아닌 경주시와 병원측이었다.

본래 유언비어가 떠돌아다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사실을 알고 싶은데 말해 주지 않으니 유언비어가 떠돈다. 때로는 유언비어로 떠돌던 이야기가 뒤늦게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5월말 평택에서 경주로 확진환자가 이송됐던 일이 그랬다.
지난 9일 황성동 아줌마 확진설이 그토록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경주포커스가 6월1일 보도를 통해 ‘지나친 비밀주의가 시민불안을 키운다’며 즉각적인 정보공개 필요성을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황성동 확진설’이 이처럼 확산된 것은 경주시 메르스 대응대책본부의 늑장대응도 한몫했다.
9일 이른 아침부터 이 소문이 급속도로 전파됐지만 경주시 메르스 대응대책본부는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할수 있는 정보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페이스북등을 통해 제공했다. 

7일 오후에 황성동에서 거주하는 50대 의심환자가 실제로 동국대경주병원으로 격리됐지만, 8일 오전 경주시의 기자회견과 발표문에는 이런사실은 쏙 빠졌다. 
황성동 아줌마 확진설은 허위사실로 드러났지만 상당부분 근거가 있는 것처럼 확산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동국대 경주병원과 핫라인을 갖고 있는 경주시 대응 대책본부가 서둘러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 공식대응했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은 조기에 차단할수 있었을 것이고 거론된 병원, 약국이 악소문에 시달리지는 피해도 조기에 진화할수 있었을 것이다.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 하겠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주시나 유관기관, 메르스 대응본부에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언비어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 유언비어를 차단하고 엄단하겠다고만 으름장을 놓는 행태,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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