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약속이행 촉구 경주시... 4자협약 거론 자격 있나?
자사고 약속이행 촉구 경주시... 4자협약 거론 자격 있나?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4.11.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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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 기자의 경주읽기 - 경주시의 이중적 태도

정수성 국회의원과 최양식 시장은 6일 자사고 설립 약속이행을 촉구하면서 한결같이 2007년 11월 방폐장 착공식때 대통령의 약속이었다는 점과 2009년 8월 경주시와 한수원이 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약속했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2007년 11월9일 경주방폐장에 참석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축사에서 학교설립이 언급됐고, 한수원은 그후 타당성조사 용역등을 진행했다. 

‘2009년 8월31일 협약’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정수성 의원은 6일 보도자료에서 ‘2009년 8월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의장, 한수원사장이 자사고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양식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경주시는 한수원과 두차례 (2009년 8월, 2013년 12월)에 걸쳐 업무협약을 맺어 자사고 설립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라고 했다.

정 의원과 최 시장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2009년8월31일 업무협약은 통상 업무협약이라고 표현 하지만, 엄밀하게는 당시 한수원본사 건설위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개최한 ‘관계기관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회견문을 말한다.

한수원본사 장항리 재확인한 2009년 8월31일 기자회견

▲ 2009년 8월31일 기자회견 모습. 최 시장은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추진할 당시 이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여러차례 부정적으로 언급했었다.
2009년 8월31일 기자회견을 개최한 시점을 되돌아 보자.
2008년4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김일윤 후보가 당선됐지만 그해 12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
2009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됐다. 그때에도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이 이슈가 됐고 그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국회의원 당선자인 정수성 국회의원은 한수원과 주민들을 몇차례 만난뒤 2006년말 최초로 결정한 양북면 장항리로 재확인하고 8월31일 관계기관 대표자 합동기자 회견을 경주시청에서 열었다.

정수성 국회의원, 김종신 한수원사장, 최병준 경주시의회 의장, 백상승 시장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는 7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수원 본사를 2006년 12월 최초로 결정한 양북면 장항리에 예정대로 건설하고, 한수원직원들의 사택, 자립형 사립고등은  도심권에 조성한다는 점, 한수원본사 법정이전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2010년 7월까지 법인주소를 경주로이전한다는 내용등이 골자였다.
당시 발표에서 자사고와 관련해서는 ‘기숙형으로 시내권에 추진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최양식 시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2013년 12월 협약’이라는 것은 2013년 12월20일 기자회견을 말한다.

최 시장은 2012년 한수원본사도심이전 추진이 실패하자 한수원본사 조기이전을 강력히 요구해 2013년말까지 완전이전하는 것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2013년  12월20일 정수성국회의원,최양식 시장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수원본사 이전 시점을 2015년 장항리에 신축중인 신사옥 준공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기자회견문에서 ‘자사고 설립은 기획재정부의 사업승인 및 경상북도 교육청의 학교설립 인허가 방침에 따라 추진하며,건립시 위치는 시내권 사택과 연계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정수성 의원은 2009년 8월31일 관계기관대표자 기자회견을 업무협약이라고 표현했고, 최 시장은 2009년 8월31일 회견, 2013년 12월20일 기자회견 모두를   ‘업무협약’이라고 표현하며 정부에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엄밀하게는 4자 기자회견이라고 불러야 맞겠지만 둘다 한수원 사장이 당사자로 포함돼 있으므로 업무협약으로 볼수도 있을 것이다.

정수성 국회의원은 2009년8월31일 자신이 주도한 이 기자회견 때문에 2012년 총선에서 한수원본사 도심이전 실패의 당사자로 지목돼 상대후보와 도심이전을 지지한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기자회견을 근거로 한수원본사 장항리 건설 원칙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점에서 보면 정수성 의원은 4자회견 또는 업무협약을 근거로 자사고 설립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행을 촉구할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볼수 있다.

정치적 결정이라며 폄하 해놓고...

▲ 2012년 12월20일 한수원본사 이전 시점 연기를 발표하던 기자회견.
반면 최양식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2009년8월31일 기자회견을 업무협약이라고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2009년 8월31일 업무협약에 대해  폄하 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시장은 2011년 4월13일 기자회견에서 “2009년 8월31일 협의문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의미를 깍아 내린 적이 있다.

2011년 12월28일 기자회견에서는 “4자회담은 근거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시장이 사인(서명)을 하려면 읍면동 이통장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시의회 의장은 자연인이 아니므로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며, 국회의원이 서명하려면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하는 등 사전, 사후 의견수렴 과정이나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4자회담은 근거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을 적용하면, 최 시장이 참여한 2013년 12월20일 기자회견, 그때 발표한 내용도 ‘업무협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읍면동 이통장 누구도 한수원본사이전 연기에 동의'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지는 2013년 12월20일 발표문에서 언급된 내용을 분석해 '한수원학교 물건너 갔다'고까지 분석한바 있다.
<2013년 12월20일 본지 기사 보기-한수원 학교 물건너 갔다?>

이 기자회견을 논외로 한다고 해도 2009년8월31일 4개기관 대표가 참여한 기자회견(혹은 회견문)을 두고 최 시장이 보인 태도는 결코 일관성이 없다.  이중적이다.

자신이 추진하던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될때는 "근거가 없다"거나 "정치적 결정"이라면서 부정하거나 폄하한 반면,  자사고 설립 백지화 결정이 초읽기에 몰린 지금에와서는  "한수원과의 업무협약" 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에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말의 무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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