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행복한 눈맞춤, 패랭이꽃과 병아리난을 만나다...
긴 행복한 눈맞춤, 패랭이꽃과 병아리난을 만나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6.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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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⑪ 만불산~경주시 서면 도리 할마당재

▲ 이현정 <경주 숲연구소>
열다섯번째의 둘렛길 탐사를 앞두고 날씨는 불안했다.
하지만 난 불안한 날씨속의 숲길이 기다려진다.
흐린 날씨 속의 숲은 마치 마법에 걸린 잠자는 공주가 왕자의 애틋한 키스로 깨어나 운무에 휩싸인 숲 가운데 주인공처럼 여러 풀잎 하나씩 깨우고 여러 나뭇잎 하나씩 깨워 탐사일행과 함께 주인공이고 싶은 날이었음을 상상하며 노란 버스는 새털처럼 가벼이 우리를 실어 나른다.

역시나 흐린 날의 숲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흐린 날씨속의 숲은 차분히 20도 정도의 낮은 온도와 약 80%의 습도를 유지하며 오히려 상쾌하기 까지 하다.

우리는 만불산 정상에 올랐고 여기까지는 아주 사뿐한 느낌을 유지한 걸로 기억된다.

물론 관산정상에 오르기 전 우리는 꽤 원색의 느낌을 고수하고픈 친구의 항변을 눈으로 느꼈다.
바로 붉은 자주색을 띠며 초여름을 알리는 꽃 대열에 합류한 패랭이꽃이다.
옛사람들이 흔히 쓰고 다니던 패랭이 모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몇 년 전인지 기억을 쥐어짜고 싶은 안타까움이 온몸의 땀방울과 범벅이 되어 뒤섞인다. 패랭이꽃은 흔한 꽃이었다. 관산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숲 햇볕이 잘 드는 산소와 숲길 가장자리에서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할 듯 홍자색으로 꽃을 올리고 있었다.

▲ 패랭이꽃
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말라가는 내 입술 가장자리를 짠물이 촉촉이 적시며 정상에 도착했고 우리는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둘렛길을 탐사한다.

물론 네버 엔딩 스토리는 거의 탐사가 끝날 무렵 다시 낮은 키, 옅은 분홍색으로 시작한다.
온몸에 힘이 빠져 더 이상 숲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 동공은 길 가장자리를 따라서 이동하고 있는 발끝의 짙은 등산화와 함께 움직였고 찰나였다. 비명을 질렀고 온몸이 튀어 올라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는 듯 일행중 1명은  무척이나 의아해 하셨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아주 작은 분홍색의 병아리난초가 이어갔다. 병아리난초 또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산의 숲속 바위틈이나 숲길에서 발견되는 친구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친구 또한 흔히 보이지 않게 되었고 작년 남산의 많은 산길 중 용장계곡을 타며 내려가다 만났었다. 그리곤 올해는 아쉽게도 용장계곡을 지나쳐 보지 않았다.

▲ 병아리 난초
▲ 병아리 난초
우리나라는 환경부에서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을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과 Ⅱ급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용장계곡에서 만난 분홍색의 예전에 흔했던 병아리난초가 정말 보고 싶어도 잘 볼 수 없게 되는 그 어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 것은 아닐까?

지극히 단순하게 우리는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함이 아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함이다. 모든 생명체를 식물이 살리고 있기에 반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위협요인을 앞당기는 것은 우리이기에...... 패랭이꽃이과 병아리난초는 언제가 될 질 모르는 끝나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15차의 둘렛길 탐사에서 전국에 분포하고 흔하게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산은 쉽게 보여주지 않았던 패랭이꽃과 병아리난초를 분명 둘렛길에서 길고 행복한 눈맞춤을 했다. 그래서 난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가슴으로 속삭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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