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 한국조경의 자존심을 되찾자!
월지, 한국조경의 자존심을 되찾자!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4.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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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호상, 문화유산 둘러보기

▲ 월지(안압지)전경 (경주시 원화로 102). 사적 18호인 월지(月池)는 신라의 궁궐이자 왕과 귀족들의 연회을 벌였던 곳이다. 월지는 2011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안압지’라고 불리워졌다. 안압지라고 불리우게 된 것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갈대와 부평초가 무성하여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다니는 한가로운 못’ 이라는 뜻으로 시인묵객들에 의해 ‘안압지(雁鴨池)’라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글 : 김호상 사진: 문화재청 홈페이지>
월지는 삼국통일전쟁을 수행하던 문무왕이 백제와 고구려의 궁성 규모 등을 직접 보았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조성된 것 같다. 문무왕은 통일정부의 위신을 과시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단행하였는데 이 때에 백제나 고구려로부터 포로로 데려온 기술자들과 인력들을 활용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근거로 발달된 고구려의 토목기술과 백제의 조경사상이 월지에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지의 창건연대에 대해서는 신라 제30대 문무왕 14년 2월인 674년 설과 문무왕 19년 8월 679년 설을 꼽을 수 있다. 두 견해 중 대체적으로 전자인 674년 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출토유물 중 의봉(儀鳳) 4년(679)과 조로(調露) 2년(680)명의 연호가 새겨진 벽돌과 기와가 출토되었는데, 이것은 공사가 679년에 시작하여 680년에 완료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지는 1974년 경주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월지와 주변의 건물터에 대한 준설작업 및 정화작업도중 신라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그리하여 1975년 3월 24일부터 1976년 12월 30일까지 2년여에 걸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연못 내부와 주변 건물지 등에 대해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발굴조사로 못의 전체면적이 14,368㎡(4,738평)이며 3개의 섬을 포함한 호안의 석축길이가 1,285m임이 밝혀졌다.

월지 내에는 3개의 섬이 만들어져 있으며, 북쪽과 동쪽의 못가에는 12개의 산봉우리가 있다. 3개의 섬은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하는 것이고 12개의 산봉우리는 고래(古來)로 한문시가(漢文詩歌)에 많이 나오는 양자강 상류, 삼협의 무산에서 선녀와 노닐었다는 중국 초(楚)나라 양왕(襄王)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명칭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안압지의 호안석축은 잘 다듬은 돌과 막돌을 이용하여 쌓았고, 못 바닥은 물을 맑게 보이기 위해 회(灰)와 진흙을 다져 모래를 깐 다음 그 위에 바닷가의 검정조약돌을 깔았다. 특히 호안선은 절묘한 곡선과 직선을 이용하여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못 전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없게끔 설계하였다.

서쪽의 석축호안은 성벽을 연상시킬 만큼 잘 다듬은 돌로 웅장하게 쌓은 기단부의 직선적인 아름다움을, 그리고 맞은편의 호안을 자연석으로 쌓아 연장시킨 오묘한 곡선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켰다. 이것은 신라만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고구려, 백제, 신라 우리 선조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술과 기교로 인공에 자연을 조화시킨 현명함이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경북 청송 출생
1985년 동국대학교 입학
2003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취득
1993.3 ~2005.1 동국대학교 경주박물관 조교, 연구원, 전임연구원
2005.1 ~ 2011.12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과장, 조사실장
2012.3 ~ 현)위덕대학교 박물관 전임연구원
2010.3 ~ 현)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산학협력교수 [삼국사기]에 의하면, 월지에서의 주요한 연회(宴會)는 음력 3월이나 9월에 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 이때가 경치가 가장 좋은 봄날과 가을날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현재에도 연못 주변으로는 진달래, 산수유, 소나무, 대나무 등 수십여 종의 수목류을 정비해 관람객들에게 신라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월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찾는 곳이며, 어느 계절에 가든 선조들의 조경미와 조경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야간 조명을 설치하여 밤에도 항상 그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달빛이 밝은 날에는 가끔씩 야간조명을 끄고 달빛아래 수목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연못을 돌아보는 것도 더할 수 없이 좋을 것 같다.

현대의 조경시설을 보면 자연보다 더 오묘하게 꾸미려는 일본식 조경, 자연보다도 더 신비하고 웅장하게 만들려는 중국식 조경, 또 국적을 알 수 없는 조경시설들이 유적지에 조성된 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유적지의 조경만큼은 한국식조경으로 조성되기를 바래본다. 모든 유적지에 전통의 수종만을 식재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표적 조경유적지인 월지에서만큼은 우리고유의 전통식 조경수목들로 교체되어 하루빨리 한국조경의 자존심을 다시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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