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가정폭력과 정체성의 혼돈
[독자기고] 가정폭력과 정체성의 혼돈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09.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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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수 경위 <경주경찰서 황성파출소>
▲ 오건수 경위 <경주경찰서 황성파출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유교적인 입신양명의 방법이다.
‘수신’은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제가’부터는 유교적 의미와 현대적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많이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 통치이념이었던 유교의 덕목은 봉건적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속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르친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군신, 부자, 부부, 붕우간의 인간관계를 말한다. 그 중 군신간, 부자간, 부부간의 인간관계를 보면 봉건적, 중앙집권적, 세습적 관계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요시 한 것을 알 수 있다.

군과 신의 관계에서 충성은 신하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이를 통해 군주의 은택을 입어 입신양명할 수 있었다.
물론 군주의 어짐과 사랑이 무시 되지는 않는다. 부와 자의 관계도 가부장 중심의 가족관계이므로 마찬가지로 내리 사랑 보다는 효가 중요시 되었다.
효성스럽지 못한 자식은 부자의 연이 끊기고 그 씨족사회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아 외부적으로도 벼슬길은 생각할 수 없었다.

부부관계에서도 당연히 가부장인 남편 중심의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칠거지악이란 말이 통용되었고, 부인이나 자식은 가부장의 소유물쯤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불과 우리 아버지 세대에 까지 숭상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관계가 현대에 와서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봉건적 중앙집권적인 유교적 인간관계가 민주적 분권적 독립적 인간관계로 변화된 것이다.
즉 유교적 사회에서는 수직적 관계에서의 상명하달식 의사소통이 현대에서는 상하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상의하달식 소통뿐만 아니라 하의상달식 쌍방향 의사소통이 중요시 된 것이다.

유교적 사회에서는 전통을 중요시하는 세습적 성향이 강하고 현대에서는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창의적인 성향이 중요시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에도 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유교적 인식에 기반하여 여전히 가정을 폭력적으로 다스리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부인 또는 자식은 더 이상 남편 또는 아버지의 폭력을 참아주지 않는다.
결국 가정폭력의 문제는 가정내 갈등을 가부장적 권위에 의한 폭력으로 해결 하려는 봉건적 가부장적 권위의식에 올가미가 씌워진 변화되지 않은 남편 또는 아버지의 의식에 있는 것이다.

불과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에만 해도 숭상되었던 유교의식이 우리 세대에 와서는 가치관 및 인식의 혼돈을 초래하는 과도기적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대의 민주사회에서는 과거의 인식을 버리고 오늘날에 맞는 사회적 관계의 인식으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못한 폭력적 가족관계는 심각한 가정파탄의 원인이 될 뿐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에서는 사회분야 국정과제중 하나로 「4대악근절」을 정하고 그 중 하나로 가정폭력근절을 주테마로 삼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세습적, 폐쇄적 사회에서 개방적, 창의적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사회적 토대가 되도록 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가정파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제지에 대해 남의 가정사에 왜 간섭이냐고 대드는 유교적 인식이 강한 가장들이 많이 있다.

아내 또는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을 아직도 가정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가부장에게 경찰은 가정 내에서라도 현행범 체포 또는 강제 구금을 통한 격리 등 가혹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
이것의 근거가 되는 「가정폭력방지법」(‘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 및 ‘가정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을 합친 말임)이 2013년 3월 23일부터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한 가정의 평온을 지켜 주고자 하는 마음이 경찰에게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와 사회가 변했음에도 더 나아가 변화되어야 함에도 가정폭력을 일삼는 가정에 대해 예방적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당부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편 또는 아버지들이 변해야 한다. 여성은 시대의 변화에 쉽게 순응하여 이미 변해있지만 남성은 전통적 관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면이 강하게 남아있다.
남자들끼리 모여 가정사를 말할 때면 아직도 집에서 마치 황제 같은 지위에서 지내고 있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너스레를 뜨는 경우가 많은데 허풍인 줄 다 안다.

이미 세계 질서의 대세는 유교적 세습적 중앙집권적 가부장적 사회가 아니라 민주적 독립적 분권적 창의적인 의식이 지배하는 사회이며 이런 변화를 받아 들여야 국가의 지속적인 번영도 기대할 수 있다.
공자도 『역경』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다. ‘易’자는 변화가 쉽게 일어나기도 하고 변화하고자 하면 쉽게 변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그 변화의 순리에 순응하면 살아남지만 역행하면 망해 없어진다. 미래 우리의 자식들에게 좋은 사회를 넘겨주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 남편 아버지도 이 변화에 순응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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