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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별곡<8> 게스트하우스 풍정(Still Wind)촌스럽지만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
김희동 기자  |  press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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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7  0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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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객들의 흔적에서 '풍정'의 어제, 오늘과 내일을 읽을 수 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것은 가라. 다시 촌스러움으로 아날로그적 그리움이 묻어있는 보물 같은 게스트 하우스 ‘풍정’을 만났을 때 낡고 덜떨어진 것도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촌스러운 것에는 손때가 묻어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마당으로 쏟아지는 해살한줌, 바람이 불면 ‘땡그렁’ 울리는 풍경소리에 여행의 설레임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시가 여행객들을 반긴다. 주인장이 직접 그린 그림과 손글씨에 흐뭇해진다.

나무로 만든 대문에는 흔한 초인종 대신에 커다란 종을 달아 놓았다. 범상치 않은 종모양에 대문을 열어줄 주인장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옆에 달려 있는 나무로 종을 치자 ‘누구요’ 하는 넓은 음역의 목소리가 들리고 대문을 열어주는,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주인장의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뭐하러 여기까지 힘들게 왔어요. 대충대충 쓰면 되지” 라며 툭 던지는 말이 밉지가 않다.

   
▲ 주인장이 직접 만든 풍정 간판.
풍정은 60년대에 지어진 한옥을 ‘바람의 전설’, 또는 ‘대장님’이라 불리는 주인장이 개조해 문을 연지 10개월 정도 된 신생게스트하우스다. 하루만에 뚝딱 만들었다는 대문에서 그냥 날로 만든 것 같지 않은 예술감각이 엿보인다. 쪽마루 밑으로 4개월 된 강아지 해갈(解渴)이 반갑게 맞아 주어 주인장의 문전박대가 용서(?)된다.

제재소에서 목재를 켜와 마루며 창틀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다.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소담스러우며 정겨운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자그마한 마당에는 잔디밭이 있고 저절로 씨가 날아와 마당 한 구석을 턱하니 자리하고 있다는 오동나무가 넓은 잎을 펼쳐 그늘을 만들었다. 누군가 버린 걸 주워와 심었다는 대추나무 잎사귀도 푸르게 잘 자라고 있었다. 좁은 마당에 없는 게 없다. 식사나 차를 마실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손수 만들었다. 시간 날 때마다 재미삼아 만들었다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다. 조롱박으로 만든 귀여운 등과 게스트들이 남기고 간 사진, 작은 나무판에는 메모를 남겨 놓아 색다른 후기 글을 읽을 수 있다. 화덕과 가마솥도 있어 장작불을 피워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다.

낡은 한옥 미로게임 같은 오밀조밀 함

오래된 한옥에서 배우는 건 겸손함이다. 키를 낮춰야 방으로 들어 갈 수 있게 문턱이 낮다. 잘못하다가는 이마를 찍을 수 있다. ᄃ 형 집에 방이 4개로 사랑채는 주인장이 쓰고 온돌방 2개 여성전용 4인 도미토리가 있다. 방마다 딸린 욕실에 들어 갈 때 특히 조심해 허리를 확 숙여야 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방 구조를 하고 있다.

   
▲ 온돌방이 고풍스럽다.
   
▲ 4인 도미토리.

 

 

 

 

 

방이 넉넉하지 않아 예약은 필수다. 예약문의는 당일 숙박문의가 아니면 오전 9시 이후 ~오후 7시까지 전화만 받는다. 오후 9시부터 대장님의 개인시간이란다. 기자는 취재 약속을 위해 늦은 시간에 전화했다 혼쭐이 났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에는 가스렌지, 전자렌지, 오븐, 냉장고, 토스터기가 있다. 라면은 1000원을 내고 끓여먹을 수 있다. 개인 쓰레기가 많이 나와 특별히 종량제 봉투를 1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게하 7회를 연재했지만 생뚱맞게 쓰레기봉투를 파는 게하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풍정에서는 풍정의 법을 따라야 한다. 필요한 것은 골목을 들어오기 전 이오상회에서 해결하면 된다.

   
▲차향기, 사람향기를 맡으며 여행지에서 따뜻한 정을 나눈다.
풍정의 대표브랜드라면 전통문화체험이다. 연을 만들어 황용사 절터에서 연날리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전통 다도체험은 게스트들 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열린 시간으로 여행객들에게는 꿀맛 같은 시간을 준다.

저녁에는 마당에서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도 마련되어 있다. 이쯤 되면 주인장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호스트이야기 - 바람의 전설

   
▲ '바람의 전설'로 불려지기를 더 좋아하는 주인장.
만능 재주꾼 대장의 따뜻한 카리스마

전직 건축, 인테리어, 광고 영상물제작을 했다는 ‘바람의 전설’ 주인장은 이름도 나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청도가 고향인 주인장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외가가 안강에 있어 자주 경주를 지나다녔다고 한다. 잠시 사업을 접고 경주에서 쉬려고 한 것이 그대로 눌러 앉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다.

“바람처럼 왔다 갈 걸 뭐하러 이름을 자꾸 물어요” 라며 섭섭하게 말을 툭툭 던지며 동문서답을 해댔다. 대충 눈치로 찍어 40대 중반쯤이라는 것과 홈페이지를 통해 박씨 성을 가졌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주제를 알 수 없는 질문이 오가는 동안 말이 뚝뚝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들어 본 적 없는 노래만 어색한 침묵을 깨고 흘러 나왔다.

“누가 부르는 노래죠”

“핑크 마티니(Pink Martini) 밴드 노래요. 미국의 12인조 월드뮤직밴드로 영화 ‘핑크 팬더’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따왔어요”

처음 들어 보는 그룹의 이름이 낯설기도 했지만 주인장의 타박이 멋적어 강아지 목을 간질이다 좀 더 쉽게 말문을 트기 위해 해갈이로 대화의 방향을 옮겼다.

“몇 개월 됐어요?”
   
▲ 풍정의 마스코트 해갈이

 

“4개월. 해갈이 영어 이름이 뭔 줄 아세요?”

“예?”

“게토레이요, 게토레이!”

“포카리 스웨트로 하지 않고...”

“이름이 넘 길어지잖아요”

 

대화는 의도 하지 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도무지 주제를 찾아 진도를 낼 수 없는 선문답이 이어졌다. 묘한 구석이 많은 초자연적 이데아를 가진 주인장은 SNS상에서는 유명인으로 통한다고. 사주도 봐주고, 음악, 예술에도 조예가 깊다고 한다.

풍정 자랑을 좀 해달라고 하자 “아 거기 홈페이지에 다 있잖아요. 그대로 적어요” 그래서 참말로 그대로 옮겨 적는다. 인터뷰 보다 훨씬 살갑게, 친절하게, 자세하게 적어 놓아 썩 마음에 들었다. 백치미 기자의 인터뷰는 4차원 주인장의 묘한 말투와 매력에 중독되어버렸다.

   
▲풍정을 찾은 게스트 '깡이와 꽁이'
“오실 때에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혹은 기차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약 3Km, 경주역에서 1Km거리입니다. 경주역에서는 걸어서도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입니다. KTX를 이용할 경우 신경주역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풍정은 개별적이고 사적인 다른 곳과는 달리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다른 여행객들과 차 한잔 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분들을 환영합니다. 너무너무 고요한 곳에서 편히 푹 쉬고 싱그러운 새소리에 잠이 깨고 싶으신 분들 모두 풍정으로 오세요.

분황사가 지척에 있으며, 황룡사지의 너른 잔디밭을 앞마당처럼 거닐 수 있습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풍부한 신라의 유물이 있는 국립 경주 박물관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걸어가시면 너무나 유명한 첨성대가 있구요. 그 외에도 참 많은 유적지와 고릉,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와 신나게 즐길 것들이 있는 곳이랍니다.

풍정은 네이버카페와 페이스북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와 이용후기 등이 있으니 놀러오세요.”

 

   
▲ 찾아오는 길
<안내>

온돌방 1인 4만원, 2인 45000원 성인 한명 추가에 만원.

주소: 경북 경주시 구황동 851-9(원효로272번길 5)

예약전화 :010-4501-1955 / 054-775-1955 / 3mointeractive@gmail.com

홈페이지 http://www.stillwind.co.kr/

마당에 놓인 자전거 2대는 선착순으로 무료 이용가능

 

 

 

외삼촌댁 같은 허수룩한 열린 공간의 시골집

   
▲ 벽화와 안도현 시인의 싯귀가 여행객을 반긴다.
게스트하우스 풍정은 옛 신라 귀족들의 거주지였던 경주시 구황동 화랑초등학교 남문 옆에 있다. 동네 구멍가게인 이오상회 건너편 골목길을 50m쯤 걸어 들어오면 벽화가 그려진 ‘풍정’이 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오래된 주택들이 붙어 있다. 자전거 바퀴소리에 놀란 길고양이가 뒷걸음질 치며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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