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노닐다 - 한가위에 월지(月池:雁鴨池)를 걷다
달빛을 노닐다 - 한가위에 월지(月池:雁鴨池)를 걷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1.09.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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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손수협 경주방랑 2

▲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안압지.<사진 손수협>
한가위가 달과 함께 다녀갔습니다.
‘한’은 물론 ‘크다’는 뜻이겠고, ‘가위’는 ‘가운데’로 8월의 가운데 달이 크고, 하늘도 넓고 마음도 가장 넉넉한 날이라 하겠습니다.

한자로는 가배(嘉俳)로 씁니다. 2천년 쯤 전 신라 유리왕 때 여인들이 두 패로 나뉘어 7월 보름부터 8월 보름 까지 길쌈내기를 하는데 왕녀가 심판을 보아 추석날 결과를 발표하여, 진 편이 술과 떡, 음식을 마련하여 함께 즐겼다는 기록이 있고 경주 신라문화제 때 여고생들의 가배놀이는 보름달을 도는 듯, 오색 비단천을 짜는 듯 흥겹고 아름답습니다.

월성, 신월성, 만월성, 월정교, 월지, 월명스님, 월경일곡(月鏡一曲) …. 신라인들이 달과 관련하여 이름 지은 궁궐과 다리와 정원 연못, 승려의 법호, 신라인들의 놀이 이름들입니다. 신라인들의 지극한 달사랑을 좇아봅니다.
여름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들던 연꽃들도 연밥으로 다소곳이 월동을 준비하는 연밭길을 걸어 달과 동행하여 안압지를 찾습니다.

지금은 안압지라 흔히들 부르지만 신라 당시 전체는 동궁(東宮)으로 연못은 ‘월지’로, 대표적인 건물로는 임해전(臨海殿)이 있었고, 태자가 주로 머물면서 신라를 찾는 외국사절을 접빈하고 하늘에 제사와 음복, 왕위계승 문제 논의까지도 이뤄졌던 곳입니다.

▲ 안압지 야경. <사진 손수협>
달을 담는 연못, 또는 달이 있어 더욱 이상적인 정원이란 뜻의 월지.
세월과 전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건물은 사라지고, 수 많은 주춧돌도 옮겨지고, 연못은 관리되지 않아 풀과 갈대가 무성히 자라 신라인들의 이상세계를 구현했던 자취는 찾을 길 없는데 조선의 시인묵객들이 물처럼 흐른 천년 고국을 아쉬워하며 이 곳을 찾습니다.

그 때 월지에는 우거진 갈대와 수초 사이로 기러기와 오리 떼가 달 대신, 사람 대신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때부터 기러기(雁)와 오리(鴨)의 이름을 빌어 ‘안압지’라 부르니, 이는 나라가 멸망하였다는 의미와도 닿아있습니다.

천년의 융성함과 천년의 쇠락 뒤에 또 다시 천년이 재현되는 것인지, 요즘 경주 밤여행의 일번지는 당연 이 곳입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신라에 닿은 이방인들과 신라인들이 어우러 졌던 모습들이, 요즘 그대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달과 더불어 이 곳 답사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 글을 소개합니다.

“단지 정원은 감상의 대상만이 아닌,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이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기에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돌 하나조차도 의미가 있다.”
키 큰 소나무를 심어 솔바람 소리를 들으려 했고, 잎 너른 화초를 심어 그 잎위를 구르는 비의 구슬과 이슬의 구슬을 보며 마음과 정신을 자연에 따르고자 했던 님들의 틈에 잠시 끼어 본 한가위 하루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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