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안내판, 이정표 전면 재조사, 정비 절실한 '역사문화도시 경주'
문화재 안내판, 이정표 전면 재조사, 정비 절실한 '역사문화도시 경주'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2.06.19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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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 기자의 경주읽기] 남산 부처골 감실부처의 사례

 
경주 동남산 부처골에는 감실부처가 있다.
바위에 깊이가 1m나 되는 감실을 파고 거기에 불상을 새긴 이 부처조삭상은, 정부가 일찌감치 그 가치를 인정해 1963년 1월 보물로 등록했다.

보물 제198호, 이 감실부처에 대한 문화재청의 공식 명칭은 ‘경주 남산 불곡 마애여래 좌상’이다.

문화재 전문가 이외에는 그 위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감실부처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년전인 1993년, 유홍준 전문화재청장이 발간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을 통해서다.

그는 감실부처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경주 남산의 남쪽 기슭에 있는 감실부처님을 보면 저 조순하고 인자한 기품은 부처님상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치도 신라시대 어느 여인을 모델로 했음직한 그 친숙한 이미지는 원효가 불교를 주체적으로 소화하여 대중화 작업을 펼쳤던 그 위대한 족적에 비견되는 고신라불상의 한 백미라 할 것이다.
경주에 있는 수백, 수천가지 신라유물 중에서 나의 마음을 언제나 평온의 감정으로 인도하는 유물은 이 감실부처님이다. 내가 이 넉넉한 인상의 현세적 자비심이 생동감있게 다가오는 감실부처님 앞에 선 것은 몇 번인지도 나도 알 수 없다.”

그 책은 인문교양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 셀러가 됐고, 그후에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가 됐다. 
부처골 감실부처님은 많은 탐방객들에게 인근 탑골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남산의 답사의 필수코스로 자리잡게 했다.
도로변에 이정표도 만들어졌고, 입구에는 조그만 주차장과 화장실도 설치됐다.
그러나 답사객 혼자서 이 감실부처를 찾아 가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왜 그럴까?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경주 답사 방문기를 보면 감실부처님의 가장 일반적인 명칭은 ‘경주남산 부처골 감실부처(님)’이다.
유홍준 전청장이 쓴 ‘답사기 1권’의 영향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세운 도로이정표, 국립공원경주사무소가 만든 안내판, 유물앞 문화재 안내판의 표현은 제각각이다.
어디에도 감실부처라는 표현은 등장조차 않는다.

▲ 불곡 석불좌상으로 적어놓은 도로변 이정표
▲ 유물앞 안내판. 낡았고 어렵다.

부처골 입구를 지나는 도로에 이 유물을 가리키는 이정표는 ‘달랑 하나’다.
문화재청 혹은 경주시청이 만들어 세웠을게 분명한 도로변 이정표는 ‘남산불곡 석불좌상’이라고만 달랑 적어 놓았다.  괄호라도 치고 부처골 감실부처님이라도 붙여놓으면 홀로 찾는 답사객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줄수 있을까? 그런 배려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감실부처님 앞에는 또 ‘경주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이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그것도 이미 낡았고, 설명은 도무지 어렵다.

▲ 국립공원경주사무소가 남산 곳곳에 세운 안내판의 표기는 절골이다.
남산 곳곳에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제작해 만들어 놓은 안내판의 명칭은 절골이다.
불곡, 부처골은 온데 간데 없다.

유물이 있는 하나의 계곡을 두고 불곡, 부처골, 절골이 난무하고 있다.
유물명칭도 석불좌상, 마애여래좌상으로 제각각이다.
물론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감실부처'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쯤되면 왠만한 전문가 아니라면, 특히 경주길에 익숙지 않은 답사객이나 가족단위 탐방객이 단독으로 이 감실부처님을 찾아가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게 뻔하다.

20여년전 유전청장은 ‘답사기 1권’에서 이 감실부처님을 찾는 과정의 어려움을 길게 설명하면서 물어 물어 찾은 고난의 길이었다고 했다.
당시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20년이 지나서도 이 보물 유적을 찾아 가는 길이 여전히 어렵다면 그건 좀 달리 생각해 볼 문제다.
경주시와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기관의 반성과 개선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표현이 제각각 이고 길 찾기 어려운 곳이 비단 경주남산 감실부처 한 곳 뿐일까?

차제에 문화재 안내판 모니터단이라도 구성해 경주에 있는 문화재 안내판, 이정표의 전면적인 조사와 정비를 제안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 경주는 결코 거창한 구호를 통해서, 아니면 수백억 들인 대형 사업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경주를 찾는 방문객, 문화유산 탐방객들의 작은 불편부터 해소하고 개선하는데서 진짜 역사문화도시, 매력적인 관광도시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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